아니에요. 전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제게는 가장 익숙하고 편한 장소가 바로 강의실이에요.
하루의 대부분을 강의실에서 보내니까요. 그러고 보니 올해로 강의를 시작한지 15년, MDP 강의도 벌써
12년이 되었네요.

   대학 졸업 후 전공을 살려 광학 연구소에 들어 갔었어요. 한-일 합작 연구소로 플라스틱 안경렌즈,
압축렌즈 제조 공정에 대한 것을 연구하는 곳이었는데 제가 거의 초창기 멤버일 거에요. 일본 연수도
다녀 왔었고요.
   이후 회사를 한 번인가 옮겼는데 그 때 마침 중국 붐이 일어 났었어요. 그래서 제가 다니고 있던
회사 전체가 중국으로 이전하게 되었는데 전 중국으로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요. 고민을 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연이 닿아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죠.
   참고로 강의를 시작하기 전 경력 때문인지 거울과 렌즈 부분에 대한 학생들의 호평이 남다르답니다. (웃음)

   아… 그럼요. 절대 잊을 수가 없죠.
   한 기술고시 학원에서 7, 9급 공무원 강의로 시작했었는데 첫 날 강의실에
들어 가니 제 눈 앞에 200여명의 학생들이 앉아 있는 거에요. 마이크를
주더군요. 그 때부터는 기억이 없어요.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학생들 얼굴은
보지도 못 하고 교안만 들고 정말 강의만 하고 나왔던 것 같아요.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없고요. 완전 초보 강사였던 거죠.

   첫 해에는 강사라는 직업에 대해 사실 별 생각이 없었어요. 그렇게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을 시작할 때 깨달았죠.
   ‘ 이 길이 내 길이구나. 강사가 내가 가야 할 길이구나. ’
내 학생들이 생기고 이 친구들에게 물리를 가르치는 게 행복으로 다가 온 거죠.

   일단 아무리 생각해도 공부를 열심히 한 것 같지는 않아요. (웃음)
제가 집이 시골이라, 고향이 포항이에요. 지방 학생들이 다 그렇듯이 서울에
올라 와서 학교 근처에서 자취, 하숙을 하다 보니 공부보다 같이 어울리며
즐겁게 놀았었죠.
   특히 저는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었어요. 통기타 동아리였어요. 대학
가요제에 나가기 위해 연습도 열심히 했었죠. 거의 매일 기타 치고, 노래
부르고… 푹 빠져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 한양대학교로 MDP 강의를 하러 나간 적이 있었는데 거의 20년 만에
대학 캠퍼스에 가 보니 뭔가 신비롭기도 하고,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요즘 학생들은 우리 때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휴게실을 가 봤는데 음식을 배달 시켜 먹는 걸 보고 정말 많이 놀랐어요.
   아무도 없는 빈 강의실에 에어컨이 돌아 가고 있고… 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제가 대학에 다닐 때는 좀 압박되어 있었거든요. 자유롭지 못 했죠. 지금처럼 풍요롭지도 못 했고요.

   아마 이런 부분을 동아리 활동으로 풀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지금도 가끔 연주를 하고 싶을 때가 있는 데 너무 바빠서 할 수가 없죠.
사실 오래 안 하다 보니 많이 잊어 버리기도 했고요.
   그래서 가끔 시간이 생기면 무명 통기타 가수의 조그마한 공연장을 찾아요. 그렇게 공연을 듣고 나면 힐링이 된다고 할까요?

   저도 어디 가서 물리를 가르친다고 하면 한 명도 빠짐없이 “ 아니, 그 어려운 걸! ” 이렇게 이야기를
하죠. 물리가 어려운 건 사실이에요. 기초 과학의 꽃이 바로 물리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시험을 보기 위한 학습이지 연구를 하기 위한 학습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데 안타까워요.
   학생들이 물리를 어려워 하고 싫어하게 된 데에는 가르치는 사람들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네, 실제로 그래요. 우리 주변을 조금만 관심 있게 살펴 보면 물리가 아닌 게 없어요. 성별에 따른
목소리 높낮이 차이 (성대 길이 차이로 인한 음파의 진동수 차이), 안경(오목렌즈), 자동차 백미러
(볼록거울) 등 굳이 암기하지 않아도 실생활 소재와 연결해서 생각하면 훨씬 이해가 빠르죠. 기억도
잘 되고요.
   그런데 뜻도 잘 모르고 공식만 억지로 암기하고 수식에 대입해 해결하려고 하니까 어려운 거에요.
이렇게 배우고 공부하면 막상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 하는 데 말이죠.

   대입을 하려고 해도 무엇을 대입해야 하는지 몰라서 결국 이 조차 쓸 수 없게 되는 거죠. 공식을
외우더라도 공식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개념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게 공식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걸 모른 채 수학적으로만 접근하는 게
물리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게 너무 답답합니다.

   마음 가짐과 실천 방법으로 나눠서 이야기를 할 게요.
   마음 가짐은 딱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 데요,
   첫 번째는 물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 ‘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 란 나약한 마음으로는 물리 공부를 할 수가 없어요.
   두 번째는 재미있다,
   세 번째는 수식/공식으로만 공부하면 절대 안 된다!
   이 세 가지 마음이 없는 상태에서 물리 공부를 하면 강사가 아무리 잘
가르쳐줘도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없어요. 실천 방법은 제가 수업 시간에 늘
잔소리처럼 강조하는 것인데요, 물리는 분명히 수학이 아니지만 학습 방법은
비슷해요.
   결국 문제를 풀어 내야 하기 때문이죠. 이론을 정확하게 이해한 후 이를
문제에 적용하는 연습을 반드시 해야 해요. 풀었던 문제를 또 풀고, 또 풀고…
입시에서는 이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단, 문제를 풀 때 반드시 눈이
아닌 손으로 풀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물리 뇌는 머리에만 있는
게 아니라 손등에도 있기 때문에 손이 기억하게 해야 한다는 거에요. 손으로
직접 얼마 만큼 풀어 보느냐에 따라 결과는 분명히 달라집니다.
“ 손으로 직접 문제를 풀어 본 노트, 연습장의 높이만큼 점수가 나온다. ”
항상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죠.

   하하 (웃음) 알고 있어요. G-DRAGON에 이은 ‘ 드래곤 찬! ’
   수강 후기에 종종 드래곤 찬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면 웃음도 나고…
기분 좋아요. 그 만큼 학생들이 저를 친근하게 생각해 주는 것 같아서 고맙죠.
이런 학생들과의 소소한 소통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당연히 ‘ 합격 ’ 하게 해 주는 것이죠. 저를 찾아 오는 학생들의 목적은 오직
합격을 하는 것이니까요. 합격이란 목표를 위해 학생이 저를 믿고, 저도 학생을
믿고 서로 끝까지 신뢰하며 공부해 나가는 것이죠. 가끔 이런 학생들이 있을 수
있어요.
   ‘ 저 강사가 이렇게 하라고 하는 데... 시키는 대로 하면 정말 합격할 수
있을까? ’ 이렇게 본인이 배우고 있는 강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절대 합격할
수 없어요.

   공부는 겸손하게 하는 거란 말을 꼭 당부하고 싶습니다.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는 데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후 카이스트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친구가 수업에 들어 온 거에요. 솔직히 강사로서 상당히 부담
스러웠습니다. (웃음) 그 친구가 서울대학교 치전원에 합격 후 쓴 수기를 읽어 봤는데 “ 수험 생활의 시작부터 끝까지 겸손한 마음으로 임했다. ” 고 쓰여 있더군요.
그 때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겸손하게 공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요. 공부는 겸손하게! 본고사 당일에는 당당하게!! 임하길 바랍니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공부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 모든 부분에서
교만하지 않고 항상 겸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한계를 가지지 말란 말을 꼭 해 주고 싶어요.
어떤 일을 두고 여러 가지 판단이 있을 수 있겠죠.
이게 가능할까, 불가능할까… A는 된다, B는 안 된다... 누가 옳을까요?
둘 다 옳죠. 왜냐? 본인의 생각대로 되기 때문이죠.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결국 이뤄 낼 것이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시도도 하지 않을 테니까요.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다는 것을 전 믿습니다.
2015학년도 M/D/PEET 본고사에서 좋은 결과를 진심으로 기원할게요.